
정윤겸_숲새
욕조 안에서 이미 몇 번의 절정을 맞이한 새봄이 윤겸의 품에서 숨을 할딱이며 지친 몸을 그에게 기댔다. 자기 가슴에 등을 기댄 새봄의 머리를 뒤로 젖힌 윤겸이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거친 숨마저 그에게 다 삼켜지는 듯한 느낌에 새봄이 작게 저항하듯 머리를 흔들었다. 신호를 알아챈 윤겸이 입술을 떼자 새봄은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들어올 때 따뜻했던 욕조의 물은 식은 지 오래였다.
“지치셨나 보군요.”
이미 말을 할 힘마저 남아있지 않은 새봄은 눈으로 그에게 항의했다. 도대체 누구 때문인데요! 하고 빽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숨을 몰아쉬는 게 당장은 전부였다. 그런 눈빛마저 사랑스럽다는 듯이 눈을 부드럽게 휜 윤겸이 새봄의 허리를 끌어안고 목과 어깨에 입을 맞췄다. 원래도 집요한 부분이 있는 윤겸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정도가 더했다. 아마 오늘 학교로 자신을 데리러 왔을 때 본 광경 때문이리라 새봄은 짐작했다.
새봄은 기말 팀 과제가 이례적일 정도로 성공적으로 끝난 후, 기분 좋게 종강을 맞아 서둘려 윤겸을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약속 장소에 다다랐을 때, 같이 과제를 했던 팀원 한 명이 자신을 불러 세웠다. 팀원은 그녀에게 종강 기념으로 술을 마시러 가자 권했고, 새봄은 데이트가 있으니 정중히 거절했다. 놀랍게도 그게 전부였다. 약속 장소에 가까워진 그녀를 윤겸이 보고 가까워졌을 때는 이미 팀원은 뒤돌아 간 후였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몸이 다 식겠군요.”
윤겸이 수도에 손을 대서 욕조에 더운물을 더 보충했다. 물이 식었으니 몸을 닦고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새봄의 기대가 부서졌다. 물이 욕조를 넘쳐흐르는데도 윤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엔 새봄의 다리를 받쳐 들어 등에 입을 한참 맞추더니 자신을 마주 보도록 새봄의 몸을 돌렸다. 몸을 지탱하기 힘든 새봄이 윤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체중을 실어 버티며 겨우 목소리를 냈다.
“오늘, 왜, 그러는 거예요?”
“무엇이 말입니까?”
기운 없는 새봄이 대답을 내놓으라는 말 대신 윤겸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가 질문의 의미를 못 알아챌 리 없다. 윤겸은 대답 대신 짙게 웃더니 허리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새봄의 목소리가 그의 몸에 맞춰 흔들리며 욕실을 울렸다.
“당신한테 나밖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윤겸이 자신의 소망을 새봄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더운 김이 가득 찬 욕실에서 몽롱한 새봄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윤겸은 자신의 질투나 욕망을 모두 쏟아 그녀에게 부딪쳤다. 종국에는 그의 품에서 새봄이 기절하듯 잠들 때까지 좁은 세계에서 봄을 맞이한 그의 질투는 오래도록 끝날 줄 몰랐다.